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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접하는 인공지능(AI)은 어디에서 왔고, 누구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스마트폰 속 챗봇부터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까지 검색, 뉴스, 교육, 의료, 정책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 AI 기술과 인프라는 해외 기술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우리 국민이 생성한 데이터조차 해외 서버에 저장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와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디지털 종속’의 그림자다.
AI 시대를 맞은 지금 우리는 또 한 번 ‘디지털 주권’을 물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디지털 패권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 AI 기술은 단순한 혁신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AI 시대를 맞이한 지금, ‘디지털 주권’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를 짚어본다.
디지털 식민지, 대한민국이 경고하는 현실
네이버 클로바 X를 총괄한 바 있는 하정우 대통령실 초대 AI 미래기획수석은 현재 우리 상황을 ‘디지털 식민지의 시작’이라고 단언했다.
생성형 AI가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는 구조에서, 우리의 데이터가 해외 기업의 손에 넘어가 이들이 초거대 AI 모델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완성된 AI 모델을 다시 한국 시장에 서비스 형태로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온전히 ‘소비자’ 역할에 머물 뿐, 선택권은커녕 감시나 협상력조차 갖기 어렵다.
데이터 주권은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경쟁력과 자주성에 직결된다.
해외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우리 사회와 문화에 맞는 AI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하 수석은 디지털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이 제시한 ‘소버린 AI’ 비전
‘소버린(Sovereign) AI’란 ‘주권의, 주권이 있는, 자주적인’이라는 뜻의 의미인 AI로 특정 국가나 기업이 자력으로 구축해 운용하는 자주적인 인공지능 체계를 뜻한다.
미국 빅테크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AI 모델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소버린 AI’는 특정 주권 국가나 기업이 자력으로 구축해 운용하는 인공지능 체계를 말한다고 보면, 글로벌 AI의 위협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자립이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고 경제·기술·문화적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하 수석은 “‘소버린 AI’ 확보에 실패한 국가는 초거대 AI에 종속되고, 이에 따라 기술 종속을 넘어 경제와 문화 종속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등 빅테크가 내놓은 AI 모델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설계됐기에, 한국 사회의 특수한 법ㆍ윤리ㆍ문화적 기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형 ‘소버린 AI’ 구축은 국가 자주성 확보의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선 GPU 등 핵심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확보, 운영할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국내 AI 하드웨어 자원이 부족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AI 시대, ‘3대 AI주권’이 핵심인 이유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미래 국가 경쟁력과 자주성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초대 AI 미래기획수석은 ‘독자 AI 개발’을 넘어 ‘자국 문화 중심 AI’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데이터, 연산 자원(GPU), 알고리즘’ 등 이른바 ‘3대 AI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 3가지는 AI 생태계의 근간이자 핵심 주권으로 불린다. 이 중 하나라도 확보하지 못하면 AI를 독립적으로 개발하거나 운영할 수 없으며, 계속해서 종속적 위치에 머물게 된다.
결국 ‘3대 AI주권’ 확보는 대한민국이 AI 시대를 주도하고, 자국 문화와 경제적 주권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여기서 ‘데이터 주권’은 AI 학습의 기반이 되는 정보를 자국이 관리하는 것이다. ‘GPU 주권’은 고성능 연산 인프라를 자체 확보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주권’은 자국의 법과 문화에 맞는 판단 기준을 직접 설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예컨대 데이터가 없으면 AI 학습이 불가능하며, GPU가 없으면 AI 계산을 할 수 없고, 알고리즘이 없으면 AI가 사회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하지 못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단 하나라도 외부에 의존하면, AI 기술은 물론 경제·문화 전반의 종속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3대 AI 주권 확보는 기술적 자립을 넘어서, 대한민국이 미래를 주도하고 국가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AI주권 확보가 시급한 이유: 왜 지금이 중요한가
한국은 현재 AI 핵심 하드웨어와 인프라에서 해외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상황이다.
GPU, 대규모 데이터 센터, 슈퍼컴퓨터 같은 핵심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운영하는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 언제든 국내 AI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와 GPU 공급망 차질로 세계 경제가 흔들렸듯, AI 핵심 자원의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연산이 필수적인 AI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이로 인해 의료, 금융, 국방 등 중요한 분야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주권이 없으면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다. 민감한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고 외국 기업의 통제 속에 놓이면, 국민 정보 노출 위험은 물론 전략적 데이터가 외부에 의해 관리될 위험도 커진다.
외국 AI 알고리즘에 의존하면 우리 사회 특성에 맞는 AI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편향된 판단을 초래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경쟁력 약화는 국가 경제력 저하와 직결된다.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해외 기업에 종속된다. 기술과 경제 주권 상실은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지금이 바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골든타임’이다.
AI 시대의 승부는 “누가 먼저 ‘3대 AI주권’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놓친다면 기술 주도권과 경제 주권 모두 해외에 빼앗기고,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AI 주권 확보, 국가 생존의 문제다
‘3대 AI주권’ 확보는 단순한 기술 독립을 넘어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전략적 과제다.
대한민국이 AI 시대를 주도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민간 협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3대 AI주권’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자주성과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AI 주권 확보에 실패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한 번 디지털 식민지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소버린 AI 생태계’는 결국, 공공이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하고, 민간이 그 위에서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확고한 실행 의지와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이 전략이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선언 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은 국가가 산업을 견인하는 시기이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결국 기술에 종속되는 현실에 직면할 것이다.
AI 주권은 정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고 시장에 확산시키는 주체는 결국 민간 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적 전략을 설계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동시에, 민간의 기술력과 창의성을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
특히 GPU 인프라나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초대형 투자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 기반 AI 컴퓨팅 허브’를 구축한 뒤 이를 스타트업, 중견 기업, 연구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미국의 DARPA 모델처럼 정부가 초기 위험을 감수하고 인프라를 만들면, 민간은 그 위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면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하면서도 데이터를 학습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뢰 기반 데이터 결합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알고리즘 주권은 민간 AI 기업과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개발하되, 한국 사회의 법·윤리·문화 기준을 반영한 ‘공공 알고리즘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하는 협력 구조가 중요하다. 민간은 기술을 만들고, 정부는 방향을 잡는 식의 역할 분담이 핵심이다.
지금이 바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AI 독립 선언’을 실천에 옮겨야 할 시간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초대 AI 미래기획수석은 “AI 주권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생존의 문제”라며 “지금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속도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기술 운명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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