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수상자. 로레알 그룹 제공
안전한 정보통신을 위한 암호 수학, 위상 양자화학 개척,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 대기오염 메커니즘 규명, 환경오염 감지 기술 개발 등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이룬 여성 과학자 5인이 올해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로레알 그룹과 유네스코는 제27회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을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수상자는 샤오윈 왕 중국 칭화대 교수가 선정됐다. 왕 교수는 데이터 통신과 정보 저장의 핵심 기술인 암호화 및 암호 수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공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해시 함수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한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현재 은행 카드, 전자상거래, 컴퓨터 비밀번호 등 광범위한 정보보안 체계에 활용되고 있다.
아프리카 및 아랍 지역에서는 고감도 전기화학 마이크로센서를 개발해 환경 오염물질 감지 기술을 진전시킨 프리실라 베이커 남아공 웨스턴케이프대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럽 대표로는 위상 양자화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한 클라우디에 펠저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 화학물리연구소 소장이 이름을 올렸다.
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 수상자인 마리아 테레사 도바 아르헨티나 라플라타국립대 교수는 힉스 입자 발견과 특성 규명, 우주선 물리학 연구 등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북미 지역에서는 광화학 스모그 형성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대기화학 연구의 지평을 넓힌 바버라 핀레이슨-피츠 미국 UC어바인 명예교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과학자 중 여성의 비율은 31.1%다. 1901년 이후 노벨 과학상 수상자 중 여성은 단 25명에 그친다. 로레알 재단과 유네스코는 1998년부터 "세상은 과학을 필요로 하고 과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는 철학 아래 여성 과학자의 권위 증진을 위한 시상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4700명 이상의 여성 과학자가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으며, 이 중 7명은 이후 노벨상을 수상했다.
폴린 아베넬-람 로레알 재단 최고책임자는 “기후 위기와 건강 문제, 디지털 보안 등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인 과제 속에서 과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성 과학자는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2002년부터 로레알코리아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협력해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운영 중이다. 매년 국내 여성 과학자들의 우수성과를 조명하며 올해 시상식은 7월 16일 열릴 예정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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