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물탄소 순환, 생물다양성에 영향"
서울의 야경. 도시화로 전세계 도시가 점점 더 밝고 뜨거워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점점 더 밝고 뜨거워지는 도시에서 식물의 생장기가 교외보다 최대 3주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린 멍 미국 밴더빌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둔산 셰 중국 우한대 국가수자원공학및관리핵심실험실 교수 공동연구팀은 야간 인공조명과 도시 열섬 현상으로 도시 식물의 생장기가 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에 공개했다.
도시화로 전세계 도시가 점점 더 밝고 뜨거워지고 있다. 건물과 콘크리트 구조물은 열 흡수·방출을 반복하며 도시의 대기 온도를 증가시키는 열섬 현상을 일으킨다. 선행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계 도시의 지표 기온은 10년마다 약 0.5℃ 증가했다. 교외 지역보다 29% 빠른 상승이다. 지난 10년간 도시의 야간 인공조명 강도도 10% 증가했다.
식물의 생장과 활동은 빛과 온도에 좌우된다. 도시의 나무가 교외보다 봄꽃을 빨리 피우고 낙엽이 늦게 지는 현상은 이전부터 관측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14~2020년 촬영된 뉴욕, 파리, 토론토, 베이징 등 북반구 428개 도시 중심지를 촬영한 위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야간 인공조명과 지표면 기온, 식물 성장 데이터도 포함됐다.
도시의 야간 인공조명과 기온 증가에 따른 식물의 패턴 변화. 교외에서 도심으로 갈수록 생장기 시작이 빨라지고 낙엽이 늦게 진다. Meng et al.(2025)Nature Cities 제공
분석 결과 인공조명의 세기는 도시 중심부로 갈수록 지수함수 그래프를 그리며 급격히 증가했다. 열섬 현상으로 인한 기온 상승보다 인공조명의 강도 증가가 식물의 생장기 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도심에 사는 식물의 생장기 시작 시점은 교외 지역보다 평균 12.6일 빨라지고 생장기 종료 시점은 11.2일 늦었다. 최대 약 3주의 생장기간 차이가 생긴 것이다.
식물의 활동 패턴 변화는 생태계와 물·탄소 순환, 생물다양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인공조명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 수분 매개자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5월 국제 비영리단체 '비:와일드(Bee:wild)'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조명은 나방이나 박쥐 등 야행성 수분 매개자의 꿀 채집 활동을 6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근 인공조명이 발광다이오드(LED)로 전환되면서 식물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4284-025-00258-2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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