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찾아봐도 '게임이용장애'에 걸렸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게임을 질병이라는 정식 코드로 분류할 정도면 관련 환자가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야 하고, 또 치료가 됐다는 사례도 엄청나게 나와야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도저히 그런 사례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그는 게임 질병화에 대해 맹렬히 반대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문화심리학 박사 출신으로 게임과 관련된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해오고, 또 게임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하며 게임 전문가로 활동해온 그는 '친구의 이마에 앉은 파리를 쫓아내려고 손도끼를 쓰지 마라'라는 해외 속담을 언급하며 WHO의 게임이용장애 코드 등록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히 구체적인 검증 없이 파리에만 집중하는 '터널 시야'를 경계하면서, 그는 게임 질병화가 "가족과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장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부위원장
찾을 수 없는 '게임이용장애' 증상자와 치료 사례
민주당 게임특위 내에서 이장주 소장이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게임이용장애 도입 시뮬레이션'이다. 실제로 게임이용장애 코드가 발동했을때,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될지 미리 파악해보기 위함이다.
때문에 이 소장은 게임이용장애 증상으로 병원치료를 경험한 당사자를 섭외하기로 하고 수소문에 나섰다. 그가 어떤 증상을 겪었는지, 어떤 계기로 치료를 결심했는지, 그리고 약물이나 심리치료 등 어떤 치료과정을 경험했는지,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았던 소감과 다른 유사한 경험자들에게 병원치료를 권하고 싶은지 질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장은 몇 개월을 수소문했지만 그런 당사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관련 전문가들에게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추천을 받아도 도박이나 다른 정신과 증상을 보유한 경우였을 뿐, 게임이용장애 증상자가 아니었다는 것.
특히 게임 질병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에게 문의를 해도 '예전에 있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안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이 소장은 "게임이용장애라는 게 과연 실체가 있기는 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게임이용장애', 대상의 특정이 모호.. 미국에선 '불인정'
현재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인터넷게임이용장애'를 공식 정신장애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대상의 특정이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당장 '게임'과 '게임이용'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힘들고, 게임 자체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영역으로 융복합되고 있어 '게임'만 분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추가로 이장주 소장은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인한 일상 생활의 장애'도 실체가 불분명하다."라며 "이것이 진정 의료 영역인지 조차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그 예로 이 소장은 게임이용 과다로 일상기능 '과소'가 벌어지면 질병이라고 하자는 것인데, 게임을 많이 해도 일이나 성적에 지장이 없다면 사회 통념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소장은 "문제의 핵심인 일상 생활의 '과소'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하고, 무작정 게임을 질병화하면서 '게임이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은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임 질병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이장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부위원장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게임.. 해외는 '축제중' 한국은 '역행중'
이장주 소장은 한 번이라도 게임이 '중독 관련 질병'으로 결정되면 의료적인 문제 외에도 '촘촘한 사회적인 규제'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대거 생겨나면서 사회적인 피해가 막심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 소장은 질병코드화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상 생활의 '과소'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데, 무작정 게임 규제만 쌓아가다보면 게임 생태계 파괴는 물론, e스포츠 분야, 방송, 학생 지도 등 다양한 부작용 및 악영향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소장은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렇게 게임을 줄이면 아이들이 다들 공부에 집중하고 성적이 높아질 수 있을까?"라며 과잉 대책에 대해 경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장주 소장은 전세계적으로 게임이 스포츠화되어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이 되었고, 올림픽 종목으로 논의되고 있어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한국만 유독 규제 프레임에 갇혀 역행하고 있다며 '게임 질병화'를 꼭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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