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달리기 열풍이 거세다. 열을 지어 달려가는 러닝 크루를 보면 운동 욕구가 샘솟는다.
“그래 결심 했어!”
설레는 마음으로 러닝 화를 조여 맨다. ‘서브3’를 꿈꾸며 바람을 갈라보지만 얼마 못 가 양 무릎을 짚으며 헉헉대는 저질 체력에 좌절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손가락을 들여다보시라. 장거리 달리기에 소질이 있는 지 없는 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길이 비율(2D:4D)이 마라톤이나 장거리 사이클링과 같은 지구력 운동 능력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손가락 길이 비율은 검지(2D)와 약지(4D)의 길이를 비교한 값으로, 약지가 검지보다 길 경우 낮은 비율, 그 반대인 경우 높은 비율로 간주한다. 이러한 손가락 길이 비율은 태아기 동안의 테스토스테론 노출 정도를 반영하며, 이는 운동 능력 및 지구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주요 내용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와 미국 노스다코타 대학교가 공동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12개국에서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한 22개의 기존 연구 데이터를 새롭게 메타 분석한 결과 낮은 손가락 길이 비율, 즉 약지가 검지보다 긴 사람들이 심폐 기능, 특히 운동 내성과 지구력을 요하는 종목에서 더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제공.
환기 역치와 운동 내성
연구에 따르면 낮은 2D:4D 비율은 환기역치(운동 중 호흡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운동 중 몸이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시점을 의미한다. 검지보다 약지가 더 긴(낮은 손가락 비율) 사람들은 환기역치가 더 높아, 더 높은 강도의 운동을 오랜 시간 동안 수행할 수 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기 호르몬의 영향
손가락 길이 비율은 태아기 동안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과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약지는 테스토스테론 수용체가 많아, 이 호르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태아기 동안 더 높은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된 사람은 일반적으로 약지가 검지보다 더 길어지며, 이는 장기적으로 심혈관, 근육, 신경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운동 능력과 심리적 요소
낮은 2D:4D 비율은 단순히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경쟁적인 상황에서의 심리적 요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낮은 손가락 비율을 가진 사람들은 경쟁적인 환경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증하여 더 나은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이는 마라톤 같은 장거리 경주에서 필요한 정신력과 의지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의 응용
일반인들도 자신의 손가락 길이를 통해 간단히 운동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낮은 2D:4D 비율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지구력 스포츠에서 뛰어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의 한계
다만, 연구는 주로 엘리트 운동선수나 대학생과 같은 비교적 젊고 건강한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손가락 길이 비율은 마라톤과 장거리 사이클링과 같은 지구력 스포츠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흥미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미국 인간생물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Biology)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