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선 패배 직후 연일 '공개 일정' 소화
'당 상황 우려' 메시지 내며 '존재감 확보'
당내서도 "김문수, 대표 옹립" 주장 등장
당권 도전 시, '계파 갈등 확산' 우려 상존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 후보의 당권 도전설이 점점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 연일 공개 행보에 나서는 한편, 당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국민의힘을 개혁해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전 후보의 국민의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 연일 공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선이 끝난 바로 이튿날인 4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이후, 5일 캠프 해단식, 6일 현충원 참배 등 공개 일정을 계속해서 소화했다.

당권 도전설에 불을 지핀 건 김 전 후보가 각 일정마다 뼈가 있는 발언들을 꺼냈기 때문이다. 김 전 후보는 지난 4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국민들 대부분이 원하지 않던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취임하는 것을 보면서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봤다"며 "우리 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투철한 사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연 어떤 사람을 당대표로 뽑느냐, 또는 누구를 공직후보자로 뽑느냐는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며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말이 안되는 방식으로 공직후보·당대표를 뽑지 않았느냐. 지금 민주주의가 숨을 못 쉬는 정당이다.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 벌어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강제 단일화' 사태와 대선 직후 표면화된 계파 갈등 등을 '당내 민주주의 상실'이라고 정조준한 만큼, 이같은 쓴소리는 김 전 후보의 당권 도전설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당일(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4선 한기호 의원은 "김문수 전 후보를 당대표로 옹립하자"는 취지의 당원 문자를 채팅방에 공유했다.

또 김 전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5일 오전 YTN 라디오에 나와 김 전 후보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당원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뜻이 어디로 모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며 사실상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서울 서대문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 국민의힘 전 의원도 5일 페이스북에 "큰 바위 얼굴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지난 대선도, 이번 대선도 큰 바위 얼굴을 밖에서만 찾았다"며 "이 시점에서 당을 추스르고 이재명 대통령에 맞설 사람은 김문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권 도전 가능성이 불거지자 김 전 후보는 지난 5일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지금은 자리 다툼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도 똑같은 쓰레기 더미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직에도 욕심이 없지만 당대표에도 욕심낼 일이 없다"고 일단 선을 긋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후보는 "우리가 지금 앉아서 당대표를 누가 하는지를 두고 싸우고 있으면 되겠느냐. 당대표를 하면 어떻고, 안하면 어떻느냐"며 "(오늘은) 해단식이라기보다는 구국의 출정식이다. 국회의원은 월급도 받고 있고 보좌진도 있다. 이런 분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라를 구해주십사 하는 차원"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문수 전 후보 입장에서 보면 지난 경기지사 시절 이후 지금이 가장 정치적인 영향력이 막강한 때"라며 "정치인이라면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그냥 보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후 김 전 후보는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후보는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더 위대하게 발전하고, 우리 국민의 평화와 안전이 지켜지고, 더욱 행복한 우리 국민들이 되도록 호국 영령들께서 굽어살펴 주시기를 기원한다"면서 당권 도전과는 거리를 둔 메시지만을 던졌다.

핵심 일정은 그 직후에 있었다. 김 전 후보는 현충원 참배 직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함께 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함께한 이날 오찬 회동에서 김 전 후보는 전날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에 대해 "사실상 보수 말살 기도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현재 당 상황에 대해선 "자리 다툼을 하며 무기력하게 있을 상황이 아니다"라는 쓴소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 안팎에선 김 전 후보가 당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식사도 식사지만 과거 대선 후보가 되느냐 마느냐 경선에 뛰어드느냐 마느냐 이 얘기가 나왔을 때 (김 전 후보가) 턱걸이부터 시작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 SNS에 올린) 턱걸이 (영상)가 '나 아직 건재해' '나 아직 또 할 수 있어'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석했다.

다만 당내에서 김 전 후보의 당권 도전을 모두가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진 않은 상황이다. 김 전 후보가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이 친윤들과의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더 격화될 우려가 있단 지적이다. 아울러 김 전 후보와 함께 했던 인사들이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는 만큼,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당권 도전이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본인이 20번 넘게 한 말을 사실상 뒤집었기 때문에 (당대표로) 안 나오겠다는 말도 완전히 닫힌 결말은 아니다"라며 "단일화를 본인이 왜 지키지 못했는지 보면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저녁 CBS 라디오에 나와 "김문수 (전) 후보도 그렇고 한동훈 (전) 대표도 그렇고 차기 당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또 이게 계파 싸움이니 이렇게 되고, 전당대회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또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에 바로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김 전 후보가 당권에 도전하려는 이유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캠프에서 함께 했던 인사들과 얽힌 이 얘기가 분명히 나올 테고, 결국 또 당 내분이 심화되는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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