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 하수나 기자] 여고생을 죽이고도 뻔뻔하게 발뺌한 범인의 모습이 공분을 자아낸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24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선 16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2001년 2월 4일 전라남도 나주시 드들강 유역에서 당시 18살이던 여고생의 피살당한 시신이 발견된다. 나체로 발견된 피해자의 부검 결과 성폭행을 당할 때 입은 것으로 보이는 상처와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체액이 검출됐지만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에도 당시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하지만 11년이 흐른 후 경찰서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피해자의 시신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 2010년 당시 DNA법이 제정되면서 피의자의 DNA를 체취했고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인인 수감자의 DNA와 시신에서 검출된 DNA가 일치한단 결과가 나왔다. 범인은 당시 전문가들이 추정한 프로필과 일치했다.
피해자를 아느냐는 형사의 질문에 범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DNA증거를 들이대자 그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성관계는 했으나 살인은 안 했다며 자신과 성관계 후에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주장했고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형사들은 그가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해서 드들강으로 간 뒤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봤다.
특히 범인이 저지른 전당포 주인 살해사건과 관련, 드들강 사건과 묘하게 닮은 부분들이 포착됐다. 그는 전당포 주인 살해사건 당시 피해자들을 목 졸림으로 사망하게 만들었고 옷을 모두 벗겼던 행동을 했었다. 그런데 드들강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목 졸림을 당했으며 나체 상태로 발견됐던 것.
특히 2012년 재수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01년 당시 범인은 피해자와 불과 500미터 거리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드들강 사건 두 달 후에는 개 23마리를 훔친 죄로 체포됐고 자연스럽게 수사선상에서 제외되는 행동을 했다는 것. 이에 장도연은 “일부러 그랬다면 그는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인물일 것”이라고 범인의 행동을 짚었다.
그런 가운데 2015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자 다시 드들강 살인 사건이 재수사되기 시작했다. 결국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생리 중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성폭행은 절대 아니라고 하던 범인의 주장과 달리 고등학생인 피해자가 생리 중에 처음 보는 남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으며 강간을 당했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드디어 범인의 주장에 균열이 생긴 가운데 성관계와 사망의 시간적 근접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는 당시 범인의 정액과 피해자의 생리 혈액이 섞이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겼고 정액과 생리혈이 맞닿아 있어도 움직임이 없다면 거의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이런 결과는 성폭행 직후 사망했다는 것을 가리켰고 결국 범인의 주장을 무너뜨렸다.
2016년 검찰은 범인을 강간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결국 범인은 201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 됐다. 이로써 드들강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 16년 만에 범인을 잡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주며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하수나 기자 mongz@tvreport.co.kr / 사진 = '꼬꼬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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